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선운사에서』 최영미

burnt out

내 휴대폰은 아이폰5이다. 2013년 1월부터 사서 써왔다. 2014년에 나온 모델인 아이폰 6, 6+는 출시 후 얼마 안돼서 휴대폰 본체가 압력받으면 휘어버리는 문제가 이슈가 되었다. 열흘 쯤 전에 지인하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내 휴대폰을 보더니 약간 놀라면서 약간 휜 것 같다고 말했다. 나도 휘어보인다는 부분을 보았다. 엄청 많이 휘어 있었다. 편평한 곳에 두면 시소처럼 까딱까딱 거렸다. 휘어버린 경계선은 충전할 때마다 뜨거워지는듯 했다.

2년째 쓰고있는 노트북도 상태가 조금 이상해졌다. 잠자기모드상태에서 노트북을 켜면 1분동안 화면이 깜빡거릴때가 종종 생겼다. 증세는 갈수록 ‘종종’ 에서 ‘거의 매번’ 으로 변해갔다. 키보드 백라이트도 가끔씩 오류가 생겼고, 본체는 사용할때 더 빨리 뜨거워졌다.

친구들과 몇명의 지인들과 몇가지의 일들을 벌였다.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작업들을 했고, 뭔가를 배웠지만 작년 학교를 다닐때 만큼 바쁜건 아니었다. 난 휴학생이고 게다가 곧 돌아갈 학교는 지금 방학이다.

지난해 학교를 다니면서 자는 시간을 메모해뒀었는데, 침대에서 편하게 잔 시간은 하루 두시간이 안되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아침수업들의 출석부 내 이름 있는 줄엔 동그라미를 거의 다 채웠고, 과제도 어떻게 다 끝냈고, 내가 이제껏 받아왔던 대학교 성적중에 (그나마) 제일 좋은 성적을 받았다. 무척이나 졸렸지만 깨어있을 필요가 있을 시간엔 눈을 잘 뜨고 있었다.

그때로부터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나는 하루에 6시간 넘게 자면서도 피곤하단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앉기만 하면 기대서 자고 있다. 너무 이상해서 친구한테 이야기를 했는데 자기도 요즘 그런것 같다는 이야기. 졸음을 참고 커피를 마시면서 무언가를 하려 하면, 누가 내 머리를 열어서 카페라떼를 붓고 찻숫가락으로 우유거품이 나도록 열심히 휘젓고있는 기분이 들었다. 어지러운 상태로 자지도 깨지도 못하고 무언가 꾸역꾸역 하고 있으면 주위에선 오늘따라 내가 너무 신나고 기분이 좋아보이고 약간 흥분된것 같이 보인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운동을 하고 비타민제를 먹으면서 몸을 챙겨야 하는 나이가 온건가 싶기도 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건강에 신경쓰지 않고도 잘 살아왔던것 같은데 말이다.

내 몸이 꺽여버린 내 휴대폰처럼, 어딘가 슬슬 고장날것같은 노트북처럼 된건가 싶기도 하다. 조금만 무리한 작업을 하려고 하면 금새 뜨거워지고 힘들어한다. 아이폰은 고장나버리면 곧 나오게 될 6S를 사면 될 것 같다. 노트북은 휴대폰처럼 쉽게 새걸 사긴 힘들겠지. 나는 비타민이라도 챙겨먹다보면 괜찮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