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적인 감각이 좋은 사람이었다 너는. 항상무언가가 넘쳐흐르는 느낌이 들었고, 이화동을 좋아한다고 했을때 반가웠고, 라스폰트리에 도그빌도 너때문에 알게 되었구나. 도쿄를 집에서 한번보고나서 집에 놀러간적이 있었는데 그때 아마 무슨 이야기하다가 도쿄이야기가나와서 네명이서 다시봤었지. 그때는 정말 아무 걱정도 근심도 없이 밤이 지나갔었는데. 수술할일이 있어서 병원에 입원했었는데 학교에서 나무자르다가 짜투리로 만든거라고 하면서 허준선생이라고 글씨 파서 페인트 칠해서 주면서, 부적이라고 했었나 그랬다. 지금도 자주 쓰는 수첩 주머니 어딘가에 그게 들어있고. 너희학교 가고싶다고 했을때 디자인과 갈거냐고 너가 물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너의 말을 들을걸. 바보같이 제대하고 1년 휴학하는동안 하지말았어야할것들을 전부다 하면서, 했어야할것들을 전부다 하지 않았나 싶다. 예전에 너가 나한테 말했던것들이, 어쩌면 너는 다 잊어버렸겠지만 지금 나에겐 힘이되는것같아서 고맙고. 못살게 군건 내쪽인데 받은게 많은 쪽도 나인것같다. 괜찮아지면 보자고 했지만 나는 아직 괜찮지 않은것같고, 너 역시 그런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훌훌 잘 털어내는 성격이니 그나마 좀 나으려나. 작년에 광화문 앞에서 몇초동안 인사를 나눴던 일이 사실 마지막으로 보게 될 날인줄 알았는데, 비록지나가면서였지만 그래도 볼수있었어서. 좋다는건 아닌데 싫지도 않고 그랬다. 무슨감정이 들었는지 잘 모르겠는데 많이 떨었던것같다. 지나가버릴 사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네가 나한테 준 몇가지들이 나의 어딘가에 깃발처럼 꽂혀서 무언가를 알려주는것같다. 앞으로 오랫동안 지우지 못하고 남아있겠지. 너는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서 완벽한 사랑을 하렴. 행복하게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