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하고 7년이 되기 이틀 전 일기

1.

c4d 학원 끝나고 이제 포폴+취업 단계인데

많이 고민중이다. c4d로 계속 할지, 웹 퍼블리셔의 길을 찾아볼지

아마 한개를 선택하면 한개는 하기 힘들겠지. 의외로 작업방식이 너무 달라서 두개를 같이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둘다 야근이 있는 직종이라, 또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분야라 한개를 선택하면 나머지는 할 시간이 없을거다.

둘중에 어떤걸 해야 더 맞을지 모르겠다. 둘다 좋아하는 일이고, 또 힘든일이고.
고민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둘다 느릿느릿 만들고있다.

 

2.

자는시간이 많이 뒤집혔다. 낮에 자고 밤에 깨고있다. 고쳐지질 않는다.

스물 일곱번째 겨울이 끝나가는 일기

2018년이 되었고, 학원이 끝났다.

알바 하나를 그만뒀고, 입학철이라 사진관에서 잠시 일을 하고 있다.

나이를 먹고 있다는게 실감이 나고 있고,

할줄아는건 많지만 할수있는게 별로 없다는걸 상기할때마다 겁이 난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선운사에서』 최영미

본능적인 감각이 좋은 사람이었다 너는. 항상무언가가 넘쳐흐르는 느낌이 들었고, 이화동을 좋아한다고 했을때 반가웠고, 라스폰트리에 도그빌도 너때문에 알게 되었구나. 도쿄를 집에서 한번보고나서 집에 놀러간적이 있었는데 그때 아마 무슨 이야기하다가 도쿄이야기가나와서 네명이서 다시봤었지. 그때는 정말 아무 걱정도 근심도 없이 밤이 지나갔었는데. 수술할일이 있어서 병원에 입원했었는데 학교에서 나무자르다가 짜투리로 만든거라고 하면서 허준선생이라고 글씨 파서 페인트 칠해서 주면서, 부적이라고 했었나 그랬다. 지금도 자주 쓰는 수첩 주머니 어딘가에 그게 들어있고. 너희학교 가고싶다고 했을때 디자인과 갈거냐고 너가 물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너의 말을 들을걸. 바보같이 제대하고 1년 휴학하는동안 하지말았어야할것들을 전부다 하면서, 했어야할것들을 전부다 하지 않았나 싶다. 예전에 너가 나한테 말했던것들이, 어쩌면 너는 다 잊어버렸겠지만 지금 나에겐 힘이되는것같아서 고맙고. 못살게 군건 내쪽인데 받은게 많은 쪽도 나인것같다. 괜찮아지면 보자고 했지만 나는 아직 괜찮지 않은것같고, 너 역시 그런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훌훌 잘 털어내는 성격이니 그나마 좀 나으려나. 작년에 광화문 앞에서 몇초동안 인사를 나눴던 일이 사실 마지막으로 보게 될 날인줄 알았는데, 비록지나가면서였지만 그래도 볼수있었어서. 좋다는건 아닌데 싫지도 않고 그랬다. 무슨감정이 들었는지 잘 모르겠는데 많이 떨었던것같다. 지나가버릴 사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네가 나한테 준 몇가지들이 나의 어딘가에 깃발처럼 꽂혀서 무언가를 알려주는것같다. 앞으로 오랫동안 지우지 못하고 남아있겠지. 너는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서 완벽한 사랑을 하렴. 행복하게 살아.

apollo and daphne

 

 

 

“기다려 주어요, 페네이오스의 딸이여, 나는 그대의 원수가 아니랍니다. 그러니 내게서 도망치지 말아요. 그런데도 당신은 어린 양이 늑대에게서 도망치듯, 비둘기가 매를 피해 도망치듯 내게서 달아나고 있군요. 내가 그대를 쫓아가는 것은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이오. 걱정스러워요, 그렇게 달아나다가 돌에 걸려 넘어질까 걱정스러워요. 나는 당신이 나로 인해 고통받게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아요. 그러니 제발 천천히 도망쳐요. 나도 천천히 따를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