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미 우리가 무얼 좋아하는지 다 알아버렸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꿈꾸는 중이다.
포화의 세계에서 공허를 살고 있는, 가엾은 우리.

지금은 이름이 바뀌어버린, 경복궁역 앞의 어느 카페에서. 2013.10.24

파인만

왜 우리는 문제들을 해치워 버리려고 노력하는 걸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남아있는데 말이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우리가 실수를 범하게 될 유일한 가능성은 성급한 혈기로 ‘정답을 알고 있다’고 쉽게 결정해 버리는 경우 뿐이다. 그러면 그걸로 끝난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없다. 그것으로 길이 막혀버리는 것이다. 인류의 거대한 역사를 이 시대 인간들의 편협한 상상력 안으로 가두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우리는 그리 똑똑하지 못하다. 우리는 멍청하다. 우리는 무지하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열려 있는 통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는 ‘정부의 힘’을 제한해야 한다고 믿는다. 정부의 간섭은 여러 측면에서 제한되어야 하는데, 내가 지금 강조하는 것은 ‘지적인 문제’에 있어서 특히 그렇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한꺼번에 논할 수는 없다. 작은 부분만, 바로 ‘지적인 면’만 보자는 것이다.

어떤 정부도 과학적 원리의 진위여부를 판단할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어떤 문제를 연구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정부는 간섭해선 안된다. 정부는 예술적 창조물의 미적 가치를 단정해서도 안되며, 문학을 포함한 모든 예술적 표현 양식에 대해서도 규제해선 안된다. 또 경제적, 역사적, 종교적, 철학적 이론에 대한 타당성에 대해서도 정부가 판단해선 안된다. 대신 정부는 국민들이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자유를 계속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우리 모두가 인류의 그칠 줄 모르는 지적 모험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의무’만이 있다.

<리차드 파인만의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의 가치를 찬미하는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고 있다. 이는 아직 우리가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아서 과학의 악보를 읽을 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예로 과학적인 논문은 다음과 같은 것을 말해야 할 것이다. “흰쥐 대뇌에서 방사성 인의 함량은 2주일이 지나면 반으로 감소된다.” 자!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흰쥐를 포함하여 나와 여러분의 뇌에 있는 인은 2주일 전의 것과는 다르다. 뇌에 있는 모든 원자는 교체 중에 있고, 어떤 것은 이미 교체된 것들이다. 따라서 이러한 원자로 된 마음은 무엇이며, 의식이 있는 이들 원자는 무엇인가? 지난 주에 먹었던 감자에서 온 원자들이란 말인가! 이제 일 년 전의 마음, 즉 오래 전에 교체되었던 마음 중 어느 것을 기억하는가? 우리가 뇌 속의 원자가 교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알게 될 때, 개성이라 하는 것은 하나의 형식 또는 한바탕의 춤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들 원자들은 뇌 속에 들어서서 춤추며 지내다가 사라지고, 항상 새로운 원자들이 같은 춤을 추면서 어제 어떤 춤을 추었는지를 기억하게 된다.

<리차드 파인만, 과학의 가치>

2013.10.21
thnx to Dadeum

our idea, my simulacre

동굴 속에 갇혀 있던 사람들은 동굴밖의 세상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깜깜한 밤.

몇시간 전 붉은 햇빛이 낮게 떠서 동굴 속을 비추고 지나가던 짧은 시간에
동굴 벽을 흟고 지나갔던 크고 작은 검은 형태들, 핏빛으로 물든 세상들

눈 앞이 캄캄해서 자기 코 앞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한밤중에
석양의 황홀했던 순간 자신을 붙잡았던 환상들에 대해 이야기 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것들을 가지고 떠들어 댔다.

이리저리 옅어져 가는 기억을 에써 붙잡아가며
검고 검은 허공에 헛손짓을 해대며
결코 붙잡을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감상을 늘여놓았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야 아침이 올지 아무도 몰랐고
얼마나 긴 세월 후에야 동굴을 나오게 될 지도 아무도 몰랐는데

그냥 모두
언젠가 자기를 잠시 스쳐갔던 뜨거운 빛에 취해서
횡설수설 허공 위에 온갖 상상을 해댈 일이었다.

 

2013.10.07